[독자칼럼] 자신의 틀을 벗어나

-논설위원 문민용

mofnews@naver.com
2021년 06월 02일(수) 13:29
대학생 경미 양은 성적도 상위권이고 노력파인데도 늘 불안함에 싸여 학교생활이 즐겁지 않아서 상담실을 찾았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차이 나서 도태되지 않을까 불안하고, 나보다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저렇게 뒤처지면 어쩌나 싶어 또 불안해요. 그래서 연애도 하고 싶은데 공부할 시간도 줄어들고 페이스도 무너질까 봐 불안해서 못하겠어요.” 어렸을 적부터 ‘남보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라고 순위를 중시했던 부모님에 의해 형성된 강박관념이 마음 깊은 곳에서 불안을 유발하여 그녀의 마음을 늘 옭아매고 있었다.

어린아이였을 때는 마음이 물렁물렁하고 열려 있다. 이후 성장하면서 습관과 고정관념이 생겨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자신만의 틀이 만들어져서 마음은 여러 가지 모양으로 점점 굳어져 간다.
자아관, 세계관, 인간관처럼 큰 틀도 있지만 ‘음식은 남기지 말아야 한다.’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와 같은 작은 틀도 있다. 아무리 주관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다 각자의 틀을 가지고 있다. 이런 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구분할 수 있게도 하고, 자신의 능력을 더욱 발휘하도록 돕기도 하고 자신을 보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틀이 지나치게 딱딱해지면 외부와의 소통을 가로막는 벽이 되어 문제가 된다. 말 그대로 ‘틀에 박혀’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씨앗이 껍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죽음이다. 동물이 알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역시 죽음이다. 그러므로 생명은 껍데기를 깨고 나온 자들에게 부여되는 것이다. 생명의 탄생뿐 아니라 성장에도 이 원칙은 적용된다. 곤충이나 뱀은 살아가면서 계속 껍질을 벗는다. 껍질이 있었기에 보호받을 수 있었지만, 어느 시기가 되면 자신의 껍질에 갇혀 절대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생명은 스스로 껍질을 벗어낸다. 새로운 물이 유입되지 않으면 물이 썩는 것처럼 사람도 성장하려면 외부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하고 새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자기 틀에 맞는 익숙함만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사람은 성장이란 없다.

삶이 성장하려면 어제의 낡은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마음의 껍질은 어떻게 벗어야 할까? 버려야 할 마음의 틀과 지켜야 할 마음의 틀을 구분하자. 지나친 욕심, 과거의 상처, 불신, 비관주의나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같은 부정적인 마음의 틀을 벗어야 한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 부담스러우니 피하자, 실패하면 안 된다.’와 같은 마음들을 찾아내어 긍정적인 마음의 틀로 바꿔주자. ‘나는 날마다 나아지고 있다, 나는 감사하며 남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소신껏 나에게 집중하여 평생 현역으로 살아간다.’와 같은 열정 있고 믿음과 소망으로 채워진 마음이 긍정의 틀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생물학적 기반은 언어사용과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손의 능력을 꼽을 수 있다. 인간의 손이 도구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은 손가락이 모두 한 방향으로 되어있지 않고 엄지손가락이 나머지 네 손가락과 마주 보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틀에 맞는 사실만을 받아들이면 어제와 똑같은 삶이 반복될 뿐이다. 자신의 틀과 대립하거나 모순된 생각도 관심 있게 들어보고 뒤섞을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예를 들어보면 ‘아무리 아파도 학교는 가야 한다.’라는 틀을 가지고 있는 부모라면 ‘왜 아무리 아파도 학교에 가야지?’라고 반대되는 생각이나 의문으로 근거를 찾아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마음의 틀이 바뀌지 않는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것이 고정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노력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거나 관계를 개선 시키려 하지 않고 자신에게 딱 맞는 사람들을 찾으려 하고 적당하게 머물러 살아가면서 자기중심적인 세계를 더 넓혀간다. 하지만 모든 것은 변화할 수 있고 개선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마음의 탈피를 통해 계속 성장하고 끊임없이 도전한다. 그래서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많은 이들의 마음에 소망을 심어주는 삶을 살게 된다….
‘공부에는 다 때가 있다.’, ‘한 우물만 파라!’, ‘나이가 들면 일할 수 없다.’, ‘남자와 여자가 할 일이 따로 있다.’와 같은 20세기의 낡은 마음들은 관성이 강하여 자신의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고 아직도 우리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게 자리매김한 틀은 우리를 퇴보하게 하고 크고 작은 이유를 내놓으면서 우리 삶의 진정한 자유와 평안을 훔쳐 가고 있다.

괴테의 작품 중에 "탈피(脫皮)하지 못하는 뱀은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뱀은 한 번씩 껍질을 벗으며 성장하는데 뱀이 독이 들어있는 먹이를 먹었거나 피부가 상하게 되었을 경우 껍질을 벗지 못하면 자신의 껍질에 갇혀 죽고 말기 때문이다.
사람도 뱀처럼 피부의 껍질을 벗는 것이 아니지만 세월이 가면서 품고 있던 고정관념이나 가치관, 습관의 껍질, 마음의 껍질에서 끊임없이 벗어날 수 있어야 새로워지고, 성장하며 성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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