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있는데, 존중은 없다

– 지역축제 속 예술인의 현실… 예산 불균형과 자존감의 균열

최창호 기자 news5147@naver.com
2025년 05월 17일(토) 20:27
최창호/ 칼럼니스트-취재본부장
대한민국은 이제 ‘축제의 나라’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도시에서 농촌까지, 산에서 바다까지 사계절 내내 다양한 테마의 축제가 펼쳐진다.

봄이면 꽃축제, 여름이면 해변축제, 가을이면 단풍축제, 겨울엔 불빛축제. 대한민국은 지금 ‘365일 축제’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지역 축제는 문화예술인에게는 활동 무대가 되고, 시민에게는 즐길거리이자 휴식이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예술인이 있다.

무명 예술인에게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그 무대 하나를 위해 수개월간 연습하고, 무대를 설계하며, 때로는 사비를 들여 의상과 장비를 준비한다.

"이런 무대라도 없으면 우린 어디서 노래해야 하나요."
지역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온 한 무명 가수의 말은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라, 간절한 생존의 언어다. 그들에게 축제는 생업이자, 자기 존재를 확인받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무대의 이면은 어둡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수억 원대 예산을 들여 지역축제를 기획하고 집행하지만, 정작 지역 예술인에게 돌아가는 몫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한 명의 유명 가수를 초청하는 데 들어가는 수백만 원의 비용이면, 지역 예술인 열 명이 사흘을 공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 행정은 여전히 지역 예술인을 ‘예산 절감의 수단’ 정도로 취급하는 경향을 보인다.

더욱이 많은 지역축제가 외주 기획사에 일괄 발주되는 구조로 운영되면서, 지역 예술단체들은 기획서나 콘셉트에조차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지역 예술인이 ‘축제의 손님’ 취급을 받는 구조는 뒤집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축제를 믿는다. 축제는 지역문화의 축소판이며, 예술을 가장 넓은 대중에게 전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우리가 바꾸어야 할 것은 시스템이다. 이벤트성 프로그램 위주의 연출이 아니라, 그 지역만의 정체성과 스토리를 담은 구성. 실적 중심 행정이 아니라, 주민과 예술인이 함께 만드는 공동체 기반형 축제가 되어야 한다.

지역 예술인은 ‘잠시 빌려 쓰는 손님’이 아니다. 그들은 그 지역의 문화 DNA이며, 축제를 진짜 축제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존중받을 때, 축제도 진짜 살아난다.

이제 우리는 물어야 한다.
그 수많은 무대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축제를 만든 사람은 누군가,
그 무대를 채운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지금 그 무대 위에서 진심을 쏟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무대는 많아졌다.
이제는 그 무대 위에,
‘존중’이라는 조명이 켜져야 한다.

최창호/ 칼럼니스트-취재본부장
최창호 기자 news51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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