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회복했다지만 하청 노동자는 고공농성 중 -“원청 상용직은 상여금 900%…하청은 50%” -임금체불에 4대 보험 체납 허다…청년들 떠나 김선중 기자 oceanjournal@naver.com

2025년 05월 20일(화) 08:03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원청인 한화오션에 임금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금속노조 제공

[해양수산일보 = 김선중 기자] “조선업 회복했다지만 노동자들은 더 좋아질 거란 희망이 없어요. 내가 일하는 대가도 제대로 받지 못하거든요. 그러니까 청년들도 조선소를 떠나죠. 청년이 떠나는 곳에 미래는 없다고 봅니다.”

김형수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지난 3월1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 30m 높이 폐회로티브이(CCTV) 철탑에 올랐다. 지난 3월부터 한화오션 사내협력사협의회와 임금·단체협약 협상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조선하청지회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은 현재 기본급의 50% 수준인 상여금이다. 조선하청지회는 최초 300%로 인상할 것을 주장했지만 50+α%로 요구 수준을 낮췄다. 최근에야 19개 사내하청업체 대표 쪽이 협상에 나서 구체적인 상여금 수준에 대해 논의 중이다. 양쪽은 오는 22일 다시 교섭 자리를 열기로 했다. 반면 원청인 한화오션은 묵묵부답이다.

김 지회장은 “불황기 때 상여금 삭감에 수긍했는데, 회복한 지금은 상여금을 되돌려야 하지 않냐”며 “원청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은 상여금 900%를 받는데, 같은 일을 하는 하청 노동자는 상여금이 50%”라고 말했다. 2016년부터 조선업 경기가 악화하고, 최저임금이 오르자 하청업체들은 기존 200~300%였던 상여금을 기본급에 녹여 사실상 삭감효과를 낳았다.

상여금은 조선업의 숙련인력 장기근속과 같은 고용구조와 직결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조선소 하청노동자에는 하청업체에 정규직으로 고용되는 ‘상용직’(본공)과 특정 공정에 특정 기간 동안 고용되는 ‘물량팀’이 있다. 물량팀은 고용이 불안정한 대신 시급이 높고, 상용직은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적이지만 시급이 낮다.

장기근속 유도를 위한 하청노동자 처우 개선은 한화오션을 포함한 조선 5사 원·하청 기업의 합의사항이기도 하다. 2023년 ‘조선업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협약’을 보면 “조선업의 지속 발전을 위해서는 숙련인력의 육성·유지가 중요하다”며 “하청노동자 처우 개선은 협력업체는 물론 원청업체를 위한 것”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조선업의 4대 보험 체납은 여전하다. 4대 보험 체납 규모는 하청업체는 물론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자금난을 겪는 하청업체들이 체납을 반복하다 끝내 임금체불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4월까지 조선업의 4대 보험이 체납된 사업장 수는 1188곳이었고 체납액만 764억원이었다. 올해 1분기가 겨우 지났는데, 2024년 한 해 체납액 771억원 수준에 이른 것이다.

그러는 사이 청년들은 조선소를 떠나고 있다.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4년 조선업 인력은 12만5천명으로 2015년(20만2천명)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한 조선소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ㄱ(25)씨는 “조선소 일이 너무 힘들고 또 위험하다. 한달 일하면 300만원 초반인데, 일이 고된 것치곤 임금도 너무 낮다”며 “공장에서 야간에 일하면 400만원 받는데 조선소에서 더는 일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상생협력 차원에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협력사 복지정책의 상당수는 본공을 우대하는 기준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