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관선 칼럼] 숨 쉴 권리와 소각장의 진실

– ‘필요한데 불편한’ 공공시설, 공존의 길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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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 29일(목) 14:46
최관선/(사)해양환경보전국민연합 이사장
산업화의 이면에는 언제나 불편한 그림자가 존재한다. 우리가 소비하고 버리는 물건들의 끝자락에는 보이지 않는 흔적들이 남는다. 그것이 바로 산업폐기물이다. 매년 수백만 톤씩 쏟아지는 이 쓰레기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대부분의 산업폐기물은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문제는 이 과정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처리되기를 바라는 사회적 이기심’ 위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소각장이나 매립지 같은 기피시설은 누구나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자기 지역에 들어오는 것은 모두가 반대한다. '님비(NIMBY)'는 이제 낯선 단어도 아니다.

그러나 이 이기적 구조는 결국 불법 폐기물 처리, 장거리 운송에 따른 환경오염, 비효율적인 처리 비용 증가로 되돌아온다. 실제로 일부 산업폐기물은 수도권에서 처리할 시설이 부족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환경 사각지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심지어 불법 소각이나 야적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정보 비공개와 행정 불신도 문제다. 폐기물 소각장의 환경안전 기준이나 운영 데이터를 주민들에게 충분히 공개하지 않으니, 주민들은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혐오시설’이란 낙인이 찍히는 순간, 과학적 사실보다 감정적 갈등이 앞선다. 결국 필요한 시설조차 제때 확보하지 못하고, 사회 전체가 그 부담을 미래로 미뤄두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해답은 무엇일까. 먼저, 고도화된 소각 기술과 철저한 환경 감시 체계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유럽의 몇몇 국가는 소각장을 에너지 자원화 시설로 전환하며 지역 사회와 공존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소각장은 더럽다’는 인식을 넘어 ‘우리 동네를 살리는 친환경 인프라’라는 신뢰를 심는 것이 관건이다.

다음으로는 폐기물 감축을 위한 생산·소비 구조의 혁신도 병행되어야 한다. 산업계 역시 ‘버리는 것까지 책임진다’는 생산자책임제도(EPR)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순환경제 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 적게 만들고, 더 오래 쓰고, 더 똑똑하게 처리해야 한다.

우리는 매일 공기를 들이쉰다. 그 공기 속에, 어쩌면 누군가 몰래 태운 폐기물의 재가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소각장 문제는 먼 산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가족이 숨 쉬는 공간 안에 들어와 있다.

이제는 외면할 수 없다. 폐기물은 우리 모두의 그림자이며, 그 그림자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지속가능한 사회의 품격을 말해준다.

최관선/(사) 해양환경보전국민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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