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호 칼럼] 늙어가는 사회, 남겨진 감정들 – 돌봄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묻다 oceanjournal@naver.com |
| 2026년 03월 25일(수) 09: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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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지팡이에 몸을 맡긴 노인과 천천히 신호를 건너는 어르신들을 자주 본다. 그들의 걸음은 느리지만 그 안에는 오래 살아낸 시간이 담겨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바라보는 눈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이미 늙어가는 사회를 넘어 노인 사회로 들어섰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다. 노인은 개인의 미래가 아니라 사회의 현재이며, 그 삶을 어떻게 품어낼 것인가는 곧 국가의 품격을 결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요양시설은 늘어나고 있지만 외로움은 줄어들지 않았고, 돌봄 제도는 확대되었지만 삶의 온기까지 채우지는 못하고 있다.
나는 가끔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린다.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며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시는 모습. 그 노래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지나온 삶이었고 견뎌온 시간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노래를 그저 흘려보낸다. 한 사람의 인생이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흐르고 있음에도 그 의미를 듣지 못한 채.
이제는 분명히 말해야 한다. 노인을 돌보는 일은 더 이상 가족만의 책임으로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국가와 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단순한 시설 확충을 넘어 지역 기반 돌봄 시스템을 촘촘히 구축하고, 혼자 남겨진 노인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이웃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감각을 지켜주는 일이다. 또한 우리는 노인을 ‘부담’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삶’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속도와 효율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느린 존재들이 쉽게 밀려난다. 그러나 그 느림 속에는 한 시대를 살아낸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를 지켜내는 일은 결국 우리 사회의 기억을 지켜내는 일이다.
우리는 언젠가 모두 그 자리에 서게 된다. 지금은 돌보는 사람이지만 머지않아 돌봄을 기다리는 사람이 된다.
그때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나게 될까. 제도만 남아 있는 사회일까, 아니면 사람의 온기가 남아 있는 사회일까. 늙어가는 사회 속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감정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정책 이전에 사람을 향한 마음이다.
오늘, 조금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 누군가의 느린 걸음을 기다려주는 일. 그리고 그 삶을 함께 책임지려는 사회. 노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결국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늙어갈지를 결정한다.
최창호/칼럼니스트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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