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관선 칼럼] 고흥 앞바다의 침묵… 더 늦기 전에 결단해야 한다

-해양쓰레기 방치로 무너지는 고흥 바다… 소각·에너지화로 지속가능한 해법 찾아야

해양수산일보 oceanjournal@naver.com
2026년 04월 13일(월) 09:32
최관선/ (사)해양환경보전국민연합 중앙회 이사장
고흥의 바다는 오랫동안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온 생명의 터전이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고흥은 풍부한 해양수산 자원을 바탕으로 어업과 양식업이 활발히 이루어지며 지역경제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 그 바다는 조용히 병들어가고 있다. 겉으로는 여전히 잔잔하고 평온해 보이지만, 해안과 연안 곳곳에는 폐플라스틱, 폐스티로폼, 폐어망, 폐목류 등 각종 해양쓰레기가 쌓여 있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은 더 심각하다. 이 물질은 어패류와 해조류에 스며들어 결국 인간의 식탁으로 되돌아온다. 바다가 병들면 결국 인간도 병들 수밖에 없다.

■ 해양쓰레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구조적 위기
고흥 연안의 해양쓰레기를 분석하면 대부분이 플라스틱류이며, 나머지는 폐목류와 기타 폐기물이다. 이 가운데 플라스틱은 자연 분해에 수십 년 이상이 걸리는 대표적인 환경 오염 물질이다.

문제는 단순히 쓰레기가 많다는 것이 아니다.
해양쓰레기는 어족자원의 서식 환경을 파괴하고, 양식장을 오염시키며, 지역 수산업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다. 이제 해양쓰레기 문제는 환경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경제 문제이자 미래 세대의 문제가 되었다.

■ 매립도, 재활용도 한계… 결국 남는 선택은
해양쓰레기는 일반 생활폐기물과 달리 재활용이 쉽지 않다. 염분과 수분이 섞여 있고 오염도가 높아 대부분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매립 역시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라는 또 다른 환경 문제를 발생시키며, 앞으로는 매립 자체도 점점 제한되는 상황이다.
결국 남는 선택지는 분명하다. 소각, 그리고 에너지화다.

■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소각’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각장에 대해 우려를 갖는다. 다이옥신, 환경오염, 건강 피해 등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다. 문제는 소각 자체가 아니라 저온에서 이루어지는 불완전 연소다.

농촌 마당이나 해안가에서 임의로 쓰레기를 태울 경우, 200~300도의 낮은 온도에서 다이옥신이 다량 발생해 대기와 수질을 오염시킨다. 반면, 현대식 소각시설은 8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완전 연소가 이루어지며,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은 대부분 소멸된다.
즉, 진짜 위험은 소각장이 아니라 통제되지 않은 무분별한 소각이다.

■ 쓰레기를 ‘에너지’로 바꾸는 시대
이제 쓰레기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한다. 쓰레기는 더 이상 처리 대상이 아니라 에너지 자원이다. 최근 도입되는 자원순환형 소각시설은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스팀을 만들고, 이 스팀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또한 남은 열은 스마트팜이나 산업시설의 난방에 활용된다.

즉, 쓰레기를 처리하고 전기를 생산하고 난방 에너지를 공급하는 ‘1석 3조’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고흥과 같은 농어촌 지역에서는 이 시스템이 지역경제와 에너지 자립을 동시에 살리는 해법이 될 수 있다.

■ 반대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
그럼에도 소각시설은 늘 주민 반대에 부딪힌다. 하지만 그 이유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신뢰 부족이다.

“정말 안전한가” “왜 우리 지역인가”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는가” 이 질문들에 답하지 못하면 어떤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정보의 투명한 공개 주민 참여 감시체계 지역 이익 공유 구조 가 반드시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 이제는 결단할 시간이다
해양쓰레기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쌓이고, 더 위험해진다.

고흥군은 단순한 수거를 넘어 수거–처리–에너지화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청정 바다를 되찾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것이 곧 지역경제를 살리고 미래를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 침묵하는 바다의 경고
고흥 앞바다는 오늘도 아무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침묵은 결코 평온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경고다.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그 대가는 반드시 돌아온다.

쓰레기를 쌓아둘 것인가, 아니면 에너지로 바꿀 것인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최관선/ (사)해양환경보전국민연합 중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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