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물은 오는데, 안전은 오지 않는다

-노후 관로와 취약계층, 물 복지 사각지대

k3657745@naver.com
2026년 04월 21일(화) 11:00
김송희/ 취재본부장
호남의 주요 식수원인 주암댐이 해마다 위태롭다. 기후위기 속에서 저수율은 불안선을 넘나들고, 가뭄이 닥치면 영산강을 보조 수원으로 활용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물의 양이 아니다.

문제는 그 물이 얼마나 안전하게 시민의 집까지 도달하느냐다. 정부와 지자체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하천 정비와 관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수백억,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토목사업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정작 시민이 매일 마시는 물의 상태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영역에 남겨져 있다.

광주 남구와 북구의 구도심.
20~30년을 넘긴 노후 관로는 수돗물 탁도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돼 왔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 불안은 누구에게나 같지 않다. 여유가 있는 가정은 정수기와 필터로 스스로를 보호한다. 반면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은 노후 관로를 거쳐 들어오는 물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같은 수돗물을 쓰면서도 누군가는 ‘관리된 물’을 마시고, 누군가는 ‘확인되지 않은 물’을 마신다. 이것은 단순한 인프라 문제가 아니다. 명백한 물 복지의 격차다.

더 큰 문제는 행정의 시선이다. 댐과 하천, 대규모 관로에는 집중하면서도 각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구간은 사실상 방치돼 있다.

물 관리의 기준은 이미 바뀌었다. 이제는 ‘얼마나 확보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관리하고 있는가’의 문제다.

해법은 분명하다. 각 가정에 IoT 기반 수질 센서를 설치하고 수돗물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즉시 알리고, 취약계층의 사용 패턴까지 분석해 위기 상황을 선제적으로 감지하는 구조
.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다.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국비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바우처형 물 복지’가 병행된다면 물 안전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공공의 권리가 될 수 있다.

지금처럼 “문제는 알지만 각자 알아서 해결하라”는 방식으로는 물 복지라는 말 자체가 공허하다.
주암댐에서 시작된 물이 각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도달하는 그 마지막 순간. 그 지점이 관리되지 않는 한 광주·전남의 물 안보는 완성되지 않는다.

이제는 분명히 물어야 한다.
행정은 지금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가.

김송희/ 취재본부장 k36577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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