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람 사는 세상”…노무현 대통령을 다시 떠올리며
해양수산일보 oceanjournal@naver.com
2026년 05월 23일(토) 11:34
김송희 취재본부장
오늘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17주기다.
세월은 흘렀지만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그의 이름 앞에서 잠시 멈춰 선다. 시간이 흐를수록 잊히는 정치인도 있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이 기억되는 사람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바로 그런 인물이다.

그는 완벽한 정치인이라기보다 끝까지 사람 냄새를 잃지 않았던 대통령이었다. 권위적인 말보다 소탈한 언어를 선택했고, 높은 자리에서도 늘 서민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하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도 그를 “가장 인간적인 대통령”으로 기억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화려한 배경도, 탄탄한 정치 기반도 없었다. 대학 대신 독학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안정된 길보다 인권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특히 부림사건 변론을 맡으며 억울한 시민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정치에 입문한 뒤에도 그는 늘 기득권 정치와 지역주의에 맞섰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을 쉽게 내려놓지 않았다. 때로는 거친 비판과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국민과 직접 소통하려 했고, 특권보다 상식을 이야기하려 했다.

그가 남긴 가장 큰 정치적 유산은 어쩌면 거창한 정책보다도 한 문장에 담겨 있다.
“사람 사는 세상.”
짧은 말이지만 그 안에는 서민과 약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었다. 누구나 존중받고, 억울함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그것이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었던 나라였다.

그는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권력 주변에 머물지 않았다. 고향 봉하마을로 돌아가 주민들과 어울려 살아갔다. 자전거를 타고 논길을 다니고, 이웃들과 막걸리를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또 다른 울림을 남겼다. 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끝내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대통령.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더 가깝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2009년 5월 23일, 그의 갑작스러운 서거 소식은 대한민국 전체를 깊은 슬픔 속에 빠뜨렸다. 서울 대한문 앞을 가득 메운 노란 물결과 봉하마을을 찾은 끝없는 추모 행렬은 단순한 정치적 지지를 넘어선 국민들의 마음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날, 한 명의 정치인이 아니라 진심을 가진 사람을 잃었다고 느꼈다.

지금 시대는 점점 더 빠르고 자극적인 말들이 넘쳐난다. 정치도, 언론도, 사회도 갈등과 대립 속에서 사람보다 이익과 진영이 먼저 앞설 때가 많다. 그래서일수록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말은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언론 역시 그 질문 앞에 서 있어야 한다. 조회 수와 속보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다. 서민의 작은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의 현실을 기록하며, 진실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 그것이 언론이 끝내 지켜야 할 가치일 것이다.

18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을 찾아 듣고 그의 모습을 떠올린다. 왜일까.

아마 사람들은 정치인 노무현보다 ‘사람 노무현’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권위보다 소탈함을 선택했고, 끝까지 사람을 향하려 했던 마음. 그 진심이 세월을 넘어 아직도 국민들 가슴 속에 살아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봉하마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누군가는 존경으로, 누군가는 미안함으로, 또 누군가는 여전히 남아 있는 그리움으로 그의 이름을 떠올린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다시 한번 조용히 묻게 된다.
“우리는 지금 사람 사는 세상으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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