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해상풍력의 바람, 어민의 눈물을 외면해선 안 된다

-미래를 위한 개발일수록 사람을 먼저 품어야 한다

문헌영 기자 oceanjournal@naver.com
2026년 07월 23일(목) 19:38
문헌영/ 신안군 주재 기자
3조 4천억 원이 투입되는 신안 우이 해상풍력 착공식은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총 390MW 규모의 발전단지가 조성되면 약 3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게 되고, 그 전기는 서남권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미래 첨단산업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생각하면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같은 시간, 행사장 밖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우의를 입은 어민들은 생계를 지켜 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축하의 깃발이 아니라 삶의 절박함이 담긴 피켓이 들려 있었다.

착공식 안에서는 미래를 이야기했고, 착공식 밖에서는 오늘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두 풍경은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세계는 이미 탄소중립 경쟁에 뛰어들었고, 대한민국 역시 해상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 경쟁력과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방향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삶이 뒤로 밀려난다면 그 정책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어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단순한 개발 반대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바다는 직장이 아니라 삶이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다시 손자로 이어져 온 삶의 터전이며, 하루의 조업이 곧 가족의 생계와 직결되는 공간이다. 조업 구역이 줄어들고 어장이 변하면 그것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어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개발 중단만이 아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해 달라는 것, 피해가 발생한다면 공정하게 조사하고 정당하게 보상해 달라는 것, 그리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제대로 들어 달라는 것이다.

반대로 행정의 입장도 결코 가볍지 않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야 하며, 국가 에너지 정책에도 적극 협력해야 한다. 해상풍력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방재정 확충, 연관 산업의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어느 한쪽의 주장만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이 소통이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착공식 직후 "참 좋은 날인데 가슴 아프다"고 말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 미래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는 자리에서 시민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말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사업의 전 과정에서 주민과 정보를 공유하고, 객관적인 환경영향 조사와 어업 피해 분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피해가 확인된다면 충분하고 합리적인 보상이 뒤따라야 하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공법과 운영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행정은 사업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말고, 주민들이 정책을 함께 만들어 간다는 신뢰를 심어 주어야 한다. 우리는 종종 '국가 발전'이나 '공익'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그러나 진정한 공익은 특정 지역이나 특정 계층의 희생 위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이해관계자 모두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이며, 지속 가능한 발전의 출발점이다.

신안 우이 해상풍력 사업은 앞으로도 수많은 난관을 마주할 것이다. 그러나 그 성공 여부는 발전기의 숫자나 발전량만으로 평가되지 않을 것이다. 주민들이 얼마나 신뢰했는지, 행정이 얼마나 귀를 기울였는지, 기업이 얼마나 책임을 다했는지가 결국 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미래를 위한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미래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사람이 미래를 위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해상풍력이 만드는 바람이 지역의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발전기만 세워서는 부족하다.

그 바다를 평생 삶의 터전으로 지켜온 어민들의 마음까지 함께 세워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이고, 모두가 함께 가는 지역 발전의 길이다.
문헌영 기자 oceanjourn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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