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건져 올린 건 폐사한 물고기…양식어민 ‘막막’

경남서 양식어 650만 마리·전복 100만여 마리 폐사
피해액 200억원 넘어, 수온 내려가도 폐사 이어져

황보형 기자 oceanjournal@naver.com
2026년 09월 09일(수) 02:37
경남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말쥐치 가두리양식장에서 어민이 고수온으로 폐사한 말쥐치를 수거하고 있다. 이 어민은 "수온이 하루에 2∼3도씩 오르면 고기가 다 죽는다"고 말했다. [연합]
[해양수산일보= 황보형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물러가고 바닷물 수온도 한풀 꺾였지만 남해안 양식어민들의 시름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고수온을 견뎌낸 듯했던 양식어류가 뒤늦게 폐사하는 피해가 이어지면서 추석 대목을 앞둔 어가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경남 통영의 한 양식장. 물속으로 뜰채를 넣었다 꺼내자 죽은 조피볼락이 한가득 올라왔다. 올여름 장기간 이어진 고수온을 견디지 못한 물고기들이다.

현재 바다 수온은 고수온 특보 기준인 28도 아래로 내려갔지만 양식장의 피해는 끝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경남 남해안에서는 양식어 650만 마리와 전복 100만여 마리 등이 고수온으로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액도 200억원을 넘어섰다. 피해 집계가 계속되고 있어 최종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바다가 식기 시작했다고 해서 양식생물의 피해가 곧바로 멈추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고수온이 장기간 이어지면 양식생물의 먹이 활동이 줄고 면역력도 떨어진다. 높은 수온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개체는 수온이 정상 수준으로 내려간 뒤에도 회복하지 못하고 폐사할 수 있다.

박태규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수온이 내려가더라도 그 전에 수온이 높았을 때 타격을 받게 되면 그 이후에 스트레스로 또 폐사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은 지나갔지만 양식장에는 여름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어민들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강한 햇볕을 차단하기 위해 가림막을 설치하고 양식장에 산소를 공급하는 등 가능한 조치를 취했지만 장기간 이어진 고수온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양식어민 유병행 씨는 “햇볕 가림막을 씌우고 산소를 투입하는 등 나름대로 조치를 했지만 고수온에는 역부족이었다”며 “정말 심정을 말할 수가 없고 살길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추석 대목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명절을 앞둔 시기는 수산물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양식어가에는 한 해의 결실을 거두는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출하를 준비해야 할 물고기가 잇따라 폐사하면서 일부 어민들에게 올해 추석은 ‘대목’보다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양식어류는 치어를 들여와 상당한 기간 사료를 먹이고 관리해야 출하할 수 있다. 출하를 앞둔 물고기가 폐사할 경우 판매 손실뿐 아니라 그동안 투입한 사료비와 관리비 등의 부담까지 어민들이 떠안게 된다.

고수온 피해가 장기화하면 출하 물량 감소로 이어져 어가 소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올해처럼 기록적인 폭염과 높은 수온이 장기간 이어지는 현상이 반복될 경우 양식업계에서는 피해 복구뿐 아니라 고수온에 강한 품종 개발과 양식시설 개선, 사육 방식 변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끓어오르던 남해의 바다는 조금씩 식어가고 있다.
하지만 물속에 남겨진 고수온의 후유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추석을 앞두고 풍성한 출하를 기대했던 양식어민들에게 올가을은 수확의 기쁨보다 폐사한 물고기를 건져 올려야 하는 힘겨운 시간이 되고 있다.
황보형 기자 oceanjourn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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