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억원 내고 영하 196도 액체질소 속으로…‘부활’을 기다리는 냉동 인간들 호주 냉동보존 시설에 7명 안치… 문헌영 기자 oceanjournal@naver.com |
| 2026년 09월 15일(화) 0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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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과학기술에 마지막 가능성을 걸고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과학 수준에서 냉동보존된 인간을 다시 소생시킬 수 있다는 근거는 없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홀브룩에는 인체 냉동보존 시설 ‘서던 크라이오닉스’가 운영되고 있다. 남반구에서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로 알려진 이곳에는 현재 7명의 시신이 보존돼 있다.
외관은 평범한 창고와 비슷하지만 내부에는 대형 스테인리스 원통형 보존 용기가 설치돼 있다. 대형 보온병과 유사한 구조의 용기에 액체질소를 채워 내부를 영하 196도 안팎으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 시설에서는 2024년 5월 80대 남성이 처음 냉동보존된 데 이어 이후 이용자가 늘면서 현재까지 모두 7명이 보존된 것으로 전해졌다.
냉동보존 절차는 사망 직후부터 시작된다.
시신의 체온을 최대한 빠르게 낮춘 뒤 혈액을 제거하고 부동액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보존액을 주입한다. 조직 안에 얼음 결정이 생겨 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을 줄이기 위한 과정으로, 초기 처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후 시신을 극저온 상태로 낮춰 액체질소가 담긴 보존 용기에서 장기간 보관한다.
액체질소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증발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도 필요하다. 시설 측은 보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액체질소를 보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사망 직후 초기 안정화 과정과 장기 보존비 등을 합하면 20만 호주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로 환산하면 환율에 따라 2억원 안팎에 이르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일부 사람들은 먼 미래에 의학과 생명공학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다면 소생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냉동보존을 선택하고 있다.
시설 관계자는 수백 년 뒤 보존된 사람들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전망이라기보다 미래 기술에 대한 개인적 기대에 가깝다.
전 세계적으로도 인체 냉동보존을 선택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등에 관련 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 실제 보존된 사람뿐 아니라 사후 냉동보존을 신청한 대기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를 표방하는 업체가 등장해 일부 사례가 알려진 바 있다. 다만 장기간 보존에 상당한 비용이 들고 실제 소생 여부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냉동보존을 의료적 치료와 동일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보존’과 ‘소생’ 사이에 현재 과학으로는 넘기 어려운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세포나 혈액, 정자·난자, 일부 조직 등을 극저온 상태에서 보존하는 기술은 이미 의료와 생명과학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장기와 뇌를 포함한 인간의 몸 전체를 손상 없이 냉각하고 장기간 보존한 뒤 다시 정상적인 생명활동이 가능하도록 되돌리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멜버른 RMIT대학의 냉동보존 전문가 새프런 브라이언트 부교수는 현재 기술로는 사람의 몸 전체를 완벽하게 보존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몸 전체에 보존액을 균일하게 전달하기 어렵고 냉각 과정에서도 신체 외부와 내부가 같은 속도로 식지 않기 때문에 조직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난제는 뇌다. 단순히 뇌의 형태를 보존하는 것을 넘어 기억과 인격, 의식에 관련된 복잡한 신경 구조와 기능까지 온전히 유지하고 이를 다시 작동시키는 기술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또 냉동보존을 선택한 사람은 이미 사망 판정을 받은 상태라는 점도 핵심적인 한계다. 사망에 이르게 한 암이나 장기 손상 등 원래의 질병을 치료하고, 냉각과 보존 과정에서 발생한 손상까지 복구해야 소생을 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트 부교수는 냉동보존된 인간을 미래에 되살릴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현재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결국 인체 냉동보존은 현재로서는 ‘미래에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치료법’이라기보다 언젠가 등장할지도 모르는 기술에 가능성을 걸고 신체를 극저온 상태로 보존하는 선택에 가깝다.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 속에서 멈춰 있는 시간이 과연 수백 년 뒤 다시 이어질 수 있을지, 냉동 인간은 여전히 과학과 인간의 죽음에 대한 오래된 질문을 남기고 있다.
문헌영 기자 oceanjournal@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