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교, 50년 만에 자동차 퇴장…한강 위 ‘시민 쉼터’로 새 출발

오늘(26일)부터 차량 전면 통제…서울 최초 한강 보행전용교 전환
내년 8월까지 조망공간 22곳 조성…문화·휴식 명소로 탈바꿈

임우혁 기자 oceanjournal@naver.com
2026년 10월 26일(월) 00:52
서울 잠수교가 1976년 개통 이후 50년 만에 차량 통행을 끝내고 시민들이 걷고 머무는 한강 위 휴식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AI생성 이미지. ⓒ해양수산일보
[해양수산일보= 임우혁 기자] 반세기 동안 자동차가 달리던 서울 잠수교가 시민들이 걷고 머무는 한강 위 휴식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1976년 개통 이후 50년 만에 차량 통행을 끝내고 서울 최초의 한강 보행전용교로 전환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26일 0시부터 잠수교의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하고 보행전용교 조성 공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차량 중심의 교량을 시민들의 산책과 여가, 문화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는 이번 사업은 한강을 일상 속에서 더욱 가까이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보행전용교 전환을 하루 앞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잠수교에서는 시민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특별한 풍경이 펼쳐졌다.

서울시가 마련한 ‘잠수교 치킨데이’ 행사에 참여한 1,000여 명의 시민들이 다리 위에 설치된 400m 길이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한강을 바라보며 치킨을 즐겼다.

그동안 매주 일요일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모습이 앞으로는 평일에도 일상적인 풍경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내년 8월까지 잠수교의 보행 공간을 확장하고 한강의 풍경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조망공간 22곳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선박이 통과하는 항로 구간 2곳에는 발아래로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투명 데크를 설치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계절별 야외 축제와 거리 공연, 플리마켓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운영해 잠수교를 시민들이 머물고 즐기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공사 기간에도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객의 통행은 대부분 유지된다. 다만 내년 5월부터 8월 사이 약 한 달 반 동안 진행되는 포장 공사 기간에는 통행이 제한될 예정이다.

잠수교는 서울의 도시 발전과 함께 변화해 온 상징적인 교량이다.
1976년 7월 15일 개통한 잠수교는 강남 개발과 도심 교통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됐다. 당시에는 군사적 필요성도 고려돼 유사시 신속한 복구가 가능하도록 교각 간격을 촘촘하게 설계했으며, 이 때문에 ‘안보교’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한강 수면에 가까운 낮은 높이로 건설돼 집중호우 때마다 물에 잠기는 독특한 구조도 잠수교의 특징이다. 실제 개통 한 달 만인 1976년 8월 집중호우로 처음 침수되기도 했다.
잠수교 조감도 / 사진=서울시 제공
1982년에는 잠수교 위에 반포대교가 개통되면서 국내 최초의 2층 교량이 완성됐다.
차량 중심이던 잠수교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08년이다. 당시 왕복 4차로 가운데 2개 차로를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객을 위한 공간으로 전환했다.

이어 2022년부터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가 열리면서 잠수교는 단순한 교통시설을 넘어 시민들이 문화와 여가를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번 보행전용교 전환은 그동안 단계적으로 진행된 잠수교의 변화를 완성하는 사업이라는 평가다.

시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가족과 함께 잠수교를 찾은 김주희 씨(36)는 “경기 부천시에 살고 있지만 주말마다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잠수교를 좋아한다”며 “달빛무지개분수를 바로 아래에서 볼 수 있고 한강 다리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와 안전관리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잠수교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송원빈 씨(35)는 “바로 위에 반포대교가 있어 보행전용교 전환은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한강 수위가 높아지면 물에 잠기는 다리인 만큼 안전관리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홍수 시 안전성을 고려해 당초 설계공모안에 포함됐던 공중 보행로를 최종 설계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잠수교 자체가 한강 수위 상승 시 침수되도록 설계된 교량인 만큼 집중호우 때는 보행자 출입 통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차량 통행 중단에 따른 교통 대책도 마련됐다. 기존 잠수교를 이용하던 차량과 740번·405번 시내버스는 반포대교로 우회한다.

서울시는 교통영향 분석 결과 반포대교의 통행 속도가 다소 감소할 수 있지만 주변 도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5일 잠수교 공사 예정 현장을 점검한 뒤 ‘잠수교 치킨데이’ 행사에 참석해 시민들과 소통했다.

오 시장은 “지금까지 잠수교는 차량 통행이 주된 용도였지만 내년 8월 말 공사가 마무리되면 서울 최초이자 유일한 한강 보행전용교가 된다”며 “서울시민들에게 지금보다 더 큰 사랑을 받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자동차의 속도로 지나던 다리가 이제는 시민들이 천천히 걸으며 한강의 풍경을 즐기는 공간으로 바뀐다.

50년 만에 새로운 역할을 맞이하는 잠수교가 서울을 대표하는 수변 문화·휴식 명소로 자리매김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임우혁 기자 oceanjourn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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