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춧값 반토막에 밭 갈아엎는 농민들…“수확할수록 손해” 가을배추 생산량 18% 증가…도매가격 10㎏에 4천 원대 문헌영 기자 oceanjournal@naver.com |
| 2026년 11월 08일(일) 0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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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비조차 건지기 어려운 가격에 인건비와 운송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농민들은 수확을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손실을 줄이는 길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충북 괴산에서는 농민들이 트랙터를 동원해 수확을 앞둔 배추밭을 갈아엎었다. 서너 달 동안 정성껏 키운 배추가 흙더미에 뒤섞였지만, 현재 가격으로는 수확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박형백 충북 괴산군 농민회장은 “배추를 팔아도 최소한의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며 “농산물 가격 폭락의 피해가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국 최대 배추 주산지인 전남 해남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가격 하락을 우려한 중간 유통상인들이 수확 전 배추밭을 통째로 사들이는 포전매매 계약을 파기하거나 거래를 꺼리면서 농민들의 판로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해남의 한 농민은 “이맘때면 상인들이 찾아와 배추밭을 거래하는 일이 활발했는데, 올해는 아예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 배추 10㎏ 도매가격은 4천 원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격 폭락의 주요 원인은 생산량 증가다. 올해 가을배추는 생육에 적합한 기상 여건이 이어지면서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8% 이상 늘어난 121만 4천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김장 수요는 지난해보다 약 9%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김장철 배추 소비를 늘리기 위해 640억 원 규모의 할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소비 촉진만으로는 가격 폭락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수급 조절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수확 전 배추를 시장에서 격리하고 농협 등 공공기관이 수매와 유통에 직접 참여해 공급량을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가을배추 출하가 끝난 뒤에도 겨울배추 공급이 이어지는 만큼 가격 약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장철을 앞두고 소비자들은 저렴해진 배춧값을 반길 수 있지만,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풍년이 오히려 농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현실 속에서 농산물 수급 안정과 생산비 보전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문헌영 기자 oceanjournal@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