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일보 - 최창호 기자 ] 제73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돔박꼿이 활짝 피엇수다’를 주제로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 4·3평화공원 일원에서 엄숙하게 거행됐다.

이날 추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4당 대표, 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 진실화해위원장, 유족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예년에 비해 200분의 1 수준인 역대 가장 작은 규모로 치러졌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로 인해 추념식은 기존에 열리던 추념광장이 아닌 4·3평화교육센터 1층 다목적홀에서 진행됐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중 세 번째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추념식에 참석했고, 당시 민간인 희생에 책임이 있는 공권력 군·경의 최고 책임자인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창이 사상 처음으로 참석했다.

올해 추념식 주제는 ‘동백꽃이 활짝 피었습니다’라는 뜻의 제주어로,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제주의 봄’이 한창 무르익었다는 의미에서 정해졌다.

추념식 현장에서는 좌석 사이에 4·3의 상징인 동백꽃 다발을 배치해 참석하지 못한 4·3 희생자 영령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추념식은 오전 10시 제주도 전역에 1분간 울린 묵념 사이렌으로 시작됐다. 사회는 신영일 아나운서와 제주 출신 조수빈 아나운서가 맡았다.

먼저 4·3 당시 수많은 도민이 희생당한 학살터를 소개하는 개회식 영상이 제주 흥산초등학교 학생들이 부르는 창작곡 ‘동백이 되어 다시 만나리’에 맞춰 흘러나왔다.

이어 제주 출신 김수열 시인이 쓴 ‘우리의 4·3이 따뜻한 봄으로 기억되는 그날까지’라는 제목의 추모글을 오임종 제주4·3유족회장이 묵념사로 낭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73주년 4·3 희생자 추념일 제주 전역에 봄비가 다녀가고 있다.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이 비와 함께 씻겨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오늘 4·3특별법의 개정을 보고드릴 수 있게 돼 매우 다행이다. 추가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명예회복,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자 지원 방안을 담았다”며 “특별법 개정으로 이제 4·3은 자기 모습을 되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도민들이 겪어야 했던 참혹한 죽음과 이중 삼중으로 옭아맨 구속들이 빠짐없이 밝혀질 때, 좋은 나라를 꿈꿨던 제주도의 4·3은 비로소 제대로 된 역사의 자리를 되찾게 될 것이다”며 “이 자리를 빌려 특별법 개정에 힘을 모아주신 각계각층 모든 분들게 깊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올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추념사가 끝나자 4·3 당시 부모와 오빠를 잃은 손민규(87·여) 씨의 사연을 외손녀인 고가형(17) 양이 읽어 내려갔다. 손 씨의 오빠는 불법 군사재판을 받은 뒤 복역 중 행방불명됐는데, 지난달 16일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