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어업 단속에 도주중 사고사…대법 "국가책임 없다"

사회
불법어업 단속에 도주중 사고사…대법 "국가책임 없다"
단속정 접근하자 선장 최대속력으로 도주
혈중 알코올농도 0.053%…불법 자망 적재
도주 중 암초와 충돌…익사한 채로 발견돼
  • 입력 : 2021. 06.28(월) 10:51
  • 정길도 기자
[해양수산일보 - 정길도 기자 ] 불법어업 특별합동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중 돌출된 암초와 충돌해 사망한 선장을 두고 국가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망한 선장 A씨의 모친과 배우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필요 없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동해어업관리단은 2015년 4월부터 5월까지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의 요청에 따라 불법어업 행위에 대한 특별합동단속을 실시하기로 하고 부산 강서구 인근 해상에 단속정을 내렸다.

단속정에 탑승한 어업감독공무원 4명은 오후 7시45분께 소등한 상태로 있던 A씨의 동력선을 발견하고 접근했다. 단속정이 접근하자 A씨는 최대속력으로 도주했고 단속정은 사이렌을 울리며 추격했지만 결국 동력선을 놓쳤다.

이후 동력선은 암초와 충돌해 크게 파손된 상태였고 A씨는 암초에서 약 30m 떨어진 바다에서 익사한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3%였고 동력선에는 수산자원관리법에 의해 사용 및 적재가 금지된 3중 자망이 적재돼 있었다.

A씨의 모친과 배우자는 어업감독공무원들의 과잉단속 및 구조의무 위반 등을 문제 삼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국가가 모친에게 4664만3078원을, 배우자에게 7446만4616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1심은 A씨가 술을 마신 상태였던 점, 금지된 3중 자망을 적재했던 점 등을 고려해 국가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1심은 "어업지도선은 어선의 해난사고 등을 방지할 의무가 있고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은 요청이 없어도 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해야 한다"며 "감독공무원들은 비록 그 추적 행위가 적법했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발생한 조난사고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구조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1심은 "그러나 단속정을 이용한 해상 수색이 전혀 없었던 점 등 이 사건 감독공무원들은 A씨의 생명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한 긴급 상황에서 필요한 해상 수색 조치를 다하지 못한 직무상 과실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국가는 A씨의 모친과 배우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집고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선고했다.

2심은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 위반과 피해자가 입은 손해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며 "설령 감독공무원들이 단속정을 이용해 해상 수색을 했더라도 A씨를 사망 전에 구조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감독공무원들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A씨가 물에 빠진 것 같다는 막연한 진술만 듣고 암초 위와 주변 바다를 수색하는 데 그쳤지만 이러한 긴박한 상황에서 단속정을 이용한 해상 수색에 즉시 착수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감독공무원들의 직무상 과실과 A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 모친과 배우자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정길도 기자 mof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