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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교가 마을의 중심에서 문화의 변두리로 밀려난 데에는 몇 가지 분명한 문제점이 있다.
▶ 첫째는 폐쇄적인 운영 구조다.
많은 향교가 여전히 고령의 유림 중심으로 운영되며, 지역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 세대와의 단절 속에서 고전의 가르침은 전승되지 못한 채, 단순한 제향 공간으로만 남아 있다.
▶ 둘째는 현대적 해석의 결여다.
서예, 다도, 예절 교육 등이 일부 진행되고 있으나, 대부분 소수 계층에 국한되어 있다. 융복합 콘텐츠, 청소년 대상 인문교육,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 현대 사회와 연결된 기획은 매우 부족하다.
▶ 셋째는 정체성의 모호함이다.
향교가 종교 공간인지, 교육 공간인지, 관광 자원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정이 없다. 이로 인해 행정 지원이나 정책 방향도 흔들리고 있다. 향교는 단지 유림의 공간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존중과배려, 공동체의식과 같은 인간 본연의 가치를 다시 일깨워줄 수 있는 인문학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과거의 가르침은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를 여는 열쇠다.
이제는 향교가 다시 살아나야 할 때다. 그 오랜 정신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호흡하기 위해, 우리는 몇 가지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 첫째, 유림정신의 현대적 재해석이 필요하다.
‘효’와 ‘예’, ‘신의’ 같은 전통적 가치들이 지금의 언어와 방식으로 되살아나야 한다. 향교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다움을 찾는 인문교육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 둘째, 개방과 참여의 확대가 절실하다.
청년과 예술인이 머무는 향교, 아이들과 책을 읽고 전통을 체험하는 향교, 시민과 함께 배우고 소통하는 향교가 되어야 한다.
지역 학교, 도서관, 문화예술단체와 협력해 문턱을 낮춰야 한다.
▶ 셋째, 지역 문화자산으로의 재구성이다.
향교는 단지 고목과 기와지붕의 공간이 아니라,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지혜의 장(場)”이 되어야 한다. 전통음식, 공연, 디지털 체험을 결합한 문화 콘텐츠로 지역의 문화 브랜드로 재탄생할 수 있다.
향교는 더 이상 과거만을 기억하는 장소가 아니다.
현재와 미래를 잇는 인문 공동체의 중심으로 거듭나야 한다.
유림정신은 시대가 변해도 인간의 근본을 묻는 깊은 지혜다.
그 정신이 향교를 통해 다시 살아날 때,
우리 사회는 보다 따뜻하고 깊이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신재원/ 칼럼니스트 · 유림문화연구자
oceanjournal@naver.com
2026.10.08(목) 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