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적층 쌓여가는 금강 하구…갈등 풀고 개방논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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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적층 쌓여가는 금강 하구…갈등 풀고 개방논의 시급
‘영산강 수문 너머, 생명과 공존의 미래를 만들자’ 〈4〉금강 하굿둑 다시 열자
개방 논의 10년 넘도록 공전
퇴적 증가로 생태다양성 붕괴
금강유역 충남·전북, 입장차
개방 재논의·생태복원 방안도
  • 입력 : 2025. 08.10(일) 13:24
  • 임우혁 기자
금강의 물길이 1990년대 완공된 하굿둑으로 가로막혀 있다. 금강 하굿둑 모습
[해양수산일보 = 임우혁 기자] 서해로 흐르는 금강의 물길은 1990년 하굿둑 완공과 함께 막혔다. 염해 방지와 농·공업용수 확보를 위해 세워진 하굿둑은 당시 국가 식량증산과 국토 확장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30여 년이 흐른 지금, 하구의 생태계는 단절되고 토사는 쌓이며 수질은 악화했다. 수산자원은 줄었고, 항구 기능도 상실 위기에 놓였다. 충남과 전북, 군산과 서천을 가르는 금강하구를 두고 해수유통을 통한 생태복원과 용수 확보를 둘러싼 논의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갈등과 이해관계 속에 멈춰 선 논의는 최근 다시 불붙고 있다.

●농업·공업용수 갈등 속 개방 10년째 공회전
1990년대 완공된 금강의 하구는 총 길이 1841m, 담수 용량 1억3800만 톤 규모의 금강하굿둑은 당시 국가 식량증산과 국토 확장의 핵심 사업이었다. 농업·공업용수 확보와 염해 방지를 목적으로 설계됐으며, 완공 직후 금강 하류와 서해는 단절됐다.

그러나 하굿둑 건설 이후 수질 악화, 토사 퇴적, 회유성 어종 감소, 항만 기능 저하 등이 심각하게 나타나면서 개방 필요성이 제기됐다. 충남도는 2009년부터 해수유통을 통한 하구 생태복원을 목표로 세 차례 연구 용역을 추진했다. 부분 개방, 전면 유통, 갑문 확장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됐으나 실제 실행은 없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금강 건너편 전북의 반대였다. 전북은 금강에서 매년 4억7000만톤의 농업·공업용수를 취수하고 있어, 갑문 개방 시 염분 상승으로 용수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해양수산부 등 중앙 부처 간 권한이 분산돼 논의 주체가 불분명해지는 구조적 문제도 부각됐다.

실제 충남도는 군산 쪽에만 설치된 배수갑문을 서천 쪽에도 신설하려 했지만, 부처 간 이견과 절차 지연으로 2년 넘게 진전이 없었다. 이처럼 개방 논의는 10년 넘게 이어졌지만, 지자체·부처·이해관계자 간 합의 부재로 공전 상태가 지속됐다.

●퇴적층 늘면서 생태변화 심각

하굿둑 완공 후 금강하구는 환경적·경제적 변화에 직면했다. 매년 약 300만㎥의 토사가 상류에서 유입되지만, 현재 준설량은 70만㎥ 수준에 그쳐 토사 누적이 가속화되고 있다. 하구 외측에는 토사 퇴적으로 형성된 인공섬 금란도가 축구장 280개 규모(2백만㎡)로 확장됐고, 뻘밭은 매년 넓어지고 있다.


수질 악화는 더욱 뚜렷하다.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기준 수질은 1992년 3등급에서 2019년 4등급으로 떨어졌다. 생활용수로 부적합할 뿐 아니라 여름철에는 녹조가 상시 발생하고, 일부에서는 독성물질까지 검출된다.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서 녹조 발생 빈도와 주기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생태계 변화는 심각하다. 기수역(담수와 해수가 섞이는 구간)이 사라지면서 황복·웅어·재첩·참게·뱀장어 등 회유성 어종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서천과 군산 어민들은 대형 선박이 드나들던 장항항과 군산항의 기능 저하로 어획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천군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수산자원 감소, 항만 기능 저하 등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6122억원에 달한다.

갯벌 환경도 변했다. 백합·바지락·동죽 등이 서식하던 유부도는 토사 퇴적으로 모래펄갯벌이 진펄로 변해 생물 서식 여건이 악화됐다. 서천군이 경운기 진입로를 조성해 백합잡이가 재개됐지만, 개체 수는 계속 줄고 있다.

●개방 놓고 입장차 "사회적 합의"시급

금강하굿둑 개방을 둘러싼 갈등은 광역·기초 지자체 간 이해 차이에서 비롯됐다. 충남도와 서천군은 수질 개선, 하구·연안 생태계 복원, 장항항 재개발, 수변 개발 수요 등을 이유로 해수유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전북도와 군산시는 농업·공업용수 확보와 기존 어업 환경 유지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군산항의 상황도 갈등 요인이다. 군산시의회는 금강하굿둑 상류 토사 퇴적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며, △하굿둑 상류 준설 확대 △수문 개방을 통한 해수유통 △서천 측 갑문 증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수문 개방이 용수와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북 측은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화호 생태복원, 낙동강 하굿둑 개방, 새만금 해수유통 확대 추진 등 사례를 참고해 사회적 합의 모델을 만들 필요성을 강조한다. 충남연구원은 '금강하구복원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지자체와 이해당사자를 묶는 거버넌스 확대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취·양수장 이전 등 비용 국가 부담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이재명 정부 출범이라는 정치적 전환점 속에서, 영산강과 함께 금강 하굿둑 해수유통 논의도 다시 속도를 얻고 있다.

특히 금강하굿둑 개방 목소리에 박정현 부여군수가 그중심에 서고 있다. 박 군수는 단체장 취임 이후 줄곧 금강하굿둑 개방을 주장해왔다. 박 군수는 지난 2024년 12월 17일 전남도청 김대중 강당에서 열린 '국가하구생태복원 전국토론회'에서 생태복원 방안과 제안 등을 통해 금강하굿둑 개방 논의 방향도 이미 설정했다.

그는 이날 "낙동강 하굿둑 상시 개방의 경험을 접목해 금강하구도 실질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실증실험 추진을 핵심 방안으로 제시했다. 하굿둑 개방 시간과 염분 침투 범위를 실측해 기수역 최대 범위를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용수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남연구원이 제안한 하굿둑 상류 3㎞(1단계), 10㎞(2단계) 기수역 조성 계획과도 맞닿아 있다.

박 군수는 "전북 측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금강하류 10㎞ 이내 공업용취수장 1곳과 농업용양수장 4곳을 상류로 이전하고, 필요시 군산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약 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은 지자체가 감당하기 어렵다며, 취·양수장 이전과 유지·관리 비용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국가하구생태복원 특별법'을 제정하고 별도 특별회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재 수자원공사·농어촌공사·해양수산부·환경부 등으로 분산된 권한과 역할을 중앙정부 주도의 일원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범정부 차원에서 안정적 해수유통과 장기적 복원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군수는 "강은 흘러야 한다"며,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이 하굿둑 개방과 간척지 제방 해체로 갯벌을 복원한 사례를 언급하며 "복원된 생태자원이 지역을 다시 살리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우혁 기자 oceanjourna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