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헴프는 기회인가, 규제인가”…고흥, 이제 결단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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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헴프는 기회인가, 규제인가”…고흥, 이제 결단의 시간이다
- 쇠퇴하는 농촌, 헴프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 입력 : 2026. 04.26(일) 00:26
김송희 취재본부장
대한민국 농촌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청년은 도시로 떠나고, 남겨진 땅은 버티는 농업으로 겨우 생명을 이어간다.

전남 고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우주항공이라는 새로운 성장축이 생겨나고 있지만, 지역 전체를 떠받칠 산업으로 자리 잡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지금 고흥이 다시 바라봐야 할 것은 멀리 있는 산업이 아니라 바로 발밑에 있는 ‘땅’이다. 그리고 그 땅에서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헴프(Hemp)”, 산업용 대마다.

■ ‘마약’이라는 낡은 인식에서 ‘미래 산업’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
헴프를 떠올리면 여전히 ‘마약’이라는 단어가 먼저 따라온다. 하지만 세계는 이미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독일, 태국, 호주 등은 헴프를 식품·음료, 화장품, 바이오 소재, 친환경 건축자재, 의약 산업까지 확장하며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규제의 틀 안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그러나 시선을 바꾸면 분명해진다. 헴프는 위험이 아니라, 충분히 준비된 ‘기회’다. 특히 고흥처럼 자연환경과 농업 기반이 살아 있는 지역이라면 헴프는 단순 작물을 넘어 지역을 살릴 전략 산업이 될 수 있다.

■ 고흥이 헴프 산업에 적합한 이유는 자연환경과 농업 구조에 있다
헴프는 까다로운 작물이 아니다. 병충해에 강하고, 물 사용량이 적으며, 탄소 흡수력까지 높다.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친환경적인 작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고흥은 해풍과 일조량, 토질 모두 재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휴 농지가 많고, 고령화된 농촌 구조 역시 새로운 고부가가치 작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농업은 단순한 생산 경쟁의 시대가 아니다. 얼마나 많이가 아니라, 얼마나 가치 있게 팔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 헴프가 놓일 수 있다.

■ 헴프 산업의 핵심은 대중성과 확장성을 갖춘 ‘음료 시장’에 있다
산업은 결국 대중과 만나야 살아남는다.헴프를 의약 중심으로만 접근하면 규제의 장벽이 높지만, 식품과 음료로 접근하면 현실적인 길이 열린다. 헴프씨드는 이미 식품 원료로 활용 가능한 자원이다. 단백질과 오메가 지방산, 식이섬유, 미네랄이 풍부한 슈퍼푸드다.
이것은 다양한 음료로 확장될 수 있다. 헴프 라떼, 헴프 티, 단백질 음료, 건강 드링크까지.
이미 해외에서는 일상 속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고흥이 이 시장을 선점한다면 농업을 넘어 브랜드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 규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행정의 언어를 바꿔야 할 때
현재 국내 헴프 산업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부 지역에서 연구와 실증이 진행되고 있지만 산업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안 된다”는 행정의 습관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소멸은 그렇게 소극적으로 대응해서는 막을 수 없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왜 안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다. 산업은 허가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 의지와 결단에서 출발한다. 지방정부와 정치가 움직이면 제도는 충분히 따라올 수 있다.

■ 지방선거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은 ‘도로’가 아니라 ‘산업의 미래’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헴프 산업은 반드시 공론의 중심에 올라야 한다. 공약은 단순한 기반시설이 아니라 10년 뒤 지역을 살릴 산업이어야 한다.

고흥은 이제 선언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헴프 음료 산업의 중심지, 고흥”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산업용 헴프 재배 특구 지정 추진 △헴프 식품·음료 연구센터 설립 △가공 및 스마트팜 산업단지 조성 △청년 창업 연계형 스타트업 육성 △관광과 결합한 체험형 산업 모델 구축 이 정도의 그림이 있어야 비로소 미래 산업이라 부를 수 있다.

■ 예산이 아니라 산업이 지역을 살린다…고흥의 선택이 남았다
지방은 지금 예산보다 산업이 필요하다. 지원금은 잠시지만 산업은 세대를 먹여 살린다.
헴프는 위험한 식물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이 더 큰 위험이다.

고흥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늙어가는 농촌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산업 도시로 나아갈 것인가. 그 답은 이미 고흥의 땅이 알고 있다.

김송희/ 취재본부장 k36577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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