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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폭염과 폭우, 가뭄 등 극단적인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슈퍼컴퓨터와 AI 가운데 어느 기술이 미래 기후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기후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AI 기상예보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집중 조명했다.
국제상업회의소(ICC)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극단적인 기상재해로 발생한 전 세계 경제적 피해는 2조 달러(약 2700조 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 기상예보는 대기와 해양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물리 법칙을 복잡한 수학적 방정식으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막대한 연산 능력을 갖춘 슈퍼컴퓨터가 사용되지만, 장비 구축과 운영에 상당한 비용과 전력이 필요하고 계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AI 기상예보 모델은 수십 년간 축적된 관측자료와 기상 데이터를 학습해 미래의 날씨 변화를 빠르게 예측한다.
기존 수치예보 모델보다 연산 속도가 빠르고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상예보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예보 기술은 이미 농업과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비영리단체 ‘투모로우나우(TomorrowNow)’는 구글 등의 AI 기상예보 데이터를 활용해 케냐 농민들에게 1인당 1달러 미만의 비용으로 맞춤형 농업 기상 경보를 제공하고 있다.
농민들은 이를 통해 강수량과 기상 변화에 관한 정보를 얻고 농작물 재배와 수확 시기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AI 기상예보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브라질의 일부 원자재 위험관리 기업들은 AI 모델을 활용해 폭우 가능성을 조기에 파악하고, 이를 설탕 선물시장 투자 판단에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I가 기존 슈퍼컴퓨터 기반 예보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AI가 과거의 기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한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과거에 관측되지 않았던 새로운 기후 현상이 나타날 경우, AI가 이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의 고 바렛 전 사무차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AI가 과거 데이터로 학습됐다는 점이 문제”라며 “미래의 기후는 과거와 완전히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의 통계적 패턴에 의존하는 AI는 전례 없는 기상이변 앞에서 예측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결과를 제시할 위험이 있다.
반면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전통적인 수치예보는 대기와 해양의 물리 법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후 조건에서도 현상을 분석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물리 기반 모델 역시 모든 기상이변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관측자료와 초기 조건 등에 따라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상 전문가들은 슈퍼컴퓨터와 AI의 경쟁이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나기보다 두 기술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슈퍼컴퓨터가 물리 법칙을 바탕으로 지구 기후 시스템의 변화를 계산하고, AI가 방대한 자료와 다양한 예측 시나리오를 신속하게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상호 보완적 접근은 예보 속도와 정확도를 함께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기상예보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날씨를 맞히는 문제를 넘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이는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FT는 슈퍼컴퓨터의 물리적 분석 능력과 AI의 신속한 데이터 처리 능력이 결합할 때 더욱 정교한 기상예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미래 기후예측의 핵심은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기술의 강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임우혁 기자 oceanjournal@naver.com
2026.10.18(일) 01: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