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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도 이 땅은 갈등과 상처, 불신과 대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곳곳에 잔존한 권력 투쟁의 흔적, 국민을 분열시키는 진영 프레임, 검찰 권력의 남용과 법치의 선택적 집행 등은 지난 수년간 민주주의의 본질을 흐리게 해왔다. 이제 그 상처 위에 덧칠을 하기보다, 제대로 된 ‘정치의 복원’을 시작해야 할 때다.
이재명 정부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신뢰 회복이다. 그 시작은 민생경제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속에서 국민의 삶은 지쳐 있다. 자영업자와 청년층, 고령층 모두가 삶의 불안을 호소하고 있고, 주거 불균형과 노동 불안정은 여전히 구조적 문제로 남아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국민의 삶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부는 더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 다음 과제는 검찰개혁과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집중, 정치적 목적의 수사, 무분별한 압수·기소 관행은 법치국가의 신뢰를 무너뜨려왔다.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의 권력기관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민주주의 원칙 안에서 견제받을 수 있는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 또한, 이 정부는 국민 통합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오랜 진영 갈등 속에서 갈라진 민심은 여전히 복원되지 못했다. 이제는 누가 이겼고, 누가 졌느냐가 아니라 누가 국민을 살리는가, 누가 더 많이 듣고 있는가를 묻고 답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건 ‘이기는 정치’가 아니라 ‘사는 정치’다.
기후위기 대응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산업과 에너지 체계의 전환, 탄소중립 목표 달성, 지속가능한 농수산정책과 해양생태계 보존 같은 실효성 있는 환경정책이 미래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공공성과 지속성을 확장해야 한다.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를 더 포용적으로 만들며, 창의와 인문정신을 회복하는 힘은 문화에서 나온다. 예술인은 권리를 보장받고, 국민은 예술을 누릴 수 있어야 하며, 교육은 공정과 다양성을 회복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해서 자동으로 새로운 정치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그 길은 오히려 지금부터 국민과 함께 다시 걸어가야 할 길이다.
정치가 다시 정치를 회복할 수 있을지,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 중심이 되는 대한민국을 이룰 수 있을지.
그 물음에 답하는 일은, 이제 이재명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
임종민/ 칼럼니스트. 해양수산일보 사장
oceanjournal@naver.com
2026.10.08(목) 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