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동의 화약고, 그리고 우리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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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동의 화약고, 그리고 우리의 선택
  • 입력 : 2026. 03.27(금) 07:45
  • 해양수산일보
김송희 기자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긴장은 늘 반복되어 왔지만, 그 파장은 결코 반복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쟁의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 그 여파는 곧바로 우리 일상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남의 나라 일”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시대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것은 물가다.
중동에서의 충돌은 곧 국제 유가 상승으로 직결되고, 이는 기름값과 전기요금, 나아가 식료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끌어올린다. 국민의 삶은 숫자로 드러난다. 장바구니 물가가 무거워질수록, 전쟁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셈이다.

산업계의 고민도 깊어진다.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국내 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수출 제한이나 물류 차질이 현실화되면 기업들은 원가 상승과 생산 차질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 우리 경제의 근간이 되는 산업들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환율과 금융시장 역시 긴장의 영향을 피하지 못한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외국 자본은 빠르게 움직이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국내 시장의 변동성으로 나타난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처럼, 불안은 또 다른 불안을 낳는다.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것은 ‘어떻게 버티느냐’다.

정부는 보다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비축 자원의 확대, 수입선 다변화, 긴급 대응 체계 점검 등 위기 대응의 기본을 다시 다져야 한다. 위기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대응은 준비된 만큼 가능하다.

기업은 생존 전략을 다시 써야 한다.
단기적 손실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공급망 안정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에게도 역할이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도한 불안이 아니라 냉정한 판단이다. 사재기나 과잉 반응은 시장을 더 흔들 뿐이다. 오히려 서로를 배려하고, 국가적 위기를 함께 극복하려는 성숙한 자세가 요구된다.

전쟁은 총성이 들리지 않아도 이미 시작될 수 있다.
경제와 생활 속에서 서서히 파고드는 충격이 더 길고 깊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불안을 키울 것인가, 아니면 함께 버틸 것인가.

결국 나라를 지키는 힘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해양수산일보 oceanjourna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