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시화(詩畫)는 규칙이 아니라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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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시화(詩畫)는 규칙이 아니라 감동이다
  • 입력 : 2026. 03.11(수) 17:40
최창호/칼럼니스트.시인.수필가
시화전을 준비하거나 문학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끔 이런 말을 하는 분을 만난다.
“시화라면 반드시 시와 서예와 그림이 함께 있어야 한다.”
이 말에는 전통을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것을 시화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단정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시화라는 말의 뜻을 먼저 살펴보자. 시화(詩畫)는 말 그대로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예술을 의미한다. 시는 언어로 마음의 풍경을 그려내고, 그림은 색과 선으로 그 감정을 다시 보여준다. 서로 다른 표현 방식이 만나 하나의 감동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시화의 본질이다.

동양의 전통 예술에서는 여기에 서예가 더해지기도 했다. 이를 흔히 시·서·화(詩書畫)라고 부른다. 시를 짓고, 그 시를 붓글씨로 쓰고, 그 옆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다. 조선 시대의 문인들이 즐겨 사용했던 표현 형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 전통을 기준으로 삼아 “시화라면 반드시 시와 서예와 그림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구분이 있다.
시·서·화는 전통 문인 예술의 한 형식이지, 시화의 유일한 정의는 아니다.
오늘날 열리는 시화전을 보면 그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시와 그림을 함께 전시하기도 하고, 시와 사진을 결합하기도 한다. 캘리그래피나 디자인을 활용한 작품도 있으며, 시를 중심으로 이미지나 색채를 더해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작품들 역시 모두 시화전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예술은 시대와 함께 변화한다. 전통은 소중하지만, 전통의 한 형식을 절대적인 규칙으로 묶어 두면 예술의 숨결은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 시와 이미지가 만나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낸다면, 그 표현 방식은 시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시화의 본질은 형식의 규칙이 아니라 감동의 순간에 있다.
시인의 언어가 어떤 방식으로든 눈에 보이는 풍경과 만나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면, 그 작품은 이미 시화가 된다.

그래서 시화전은 하나의 틀로 규정할 예술이 아니다.
시의 울림이 그림이나 이미지와 만나 또 하나의 풍경으로 태어나는 자리, 그 자체가 바로 시화전이기 때문이다.

최창호/칼럼니스트.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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